“유럽은 정원이고 나머지 세계는 정글이다. 정글이 정원을 침범하기 전에 우리가 세계로 뻗어 나가야 한다.”
유럽연합(EU)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사진)가 식민주의적 발언으로 국제사회의 질타를 받고 있다. 아프리카·아시아 국가들로부터 러시아 규탄에 대한 찬성을 끌어내는 데 실패한 유럽이 앞으로도 이들의 지지를 받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보렐 대표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외교아카데미 개회식에서 문제의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유럽 외교관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유럽은 정원”이라며 “모든 것이 제대로 작동하는 유럽은 정치적 자유, 경제적 번영, 사회적 결속력의 가장 좋은 조합”이라고 자랑했다. 이어 “나머지 세계는 대부분 정글이며 정글은 정원을 침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정원은 벽을 쌓아서 자신을 방어할 수 없다며 젊은 유럽 외교관들이 정원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지 않으면 “다른 국가들이 각종 방법과 수단으로 우리를 침범할 것”이란 논리였다.
보렐 대표의 폭탄 발언은 곧바로 국제사회의 규탄으로 이어졌다. 특히 서구 열강들의 식민 통치를 받았던 아프리카 국가들은 크게 분노했다. 에티오피아 총리의 선임고문인 레드완 후세인은 트위터에 “아직도 아프리카는 고통스럽게도 누군가의 정원을 가꾸기 위한 정글인가”는 글을 올렸다. 에리트레아의 예마네 메스켈 정보부 장관도 “유럽은 퇴보하고 있는 것인가? 이건 도를 넘어선 발언이다. 그는 신식민주의적 본능을 모호하게라도 포장할 수 없었던 게 분명하다”며 분노를 표했다.
“유럽은 정원, 나머지는 정글” EU 외교수장의 헛발질 경향신문 (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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